여행, 2020/1월 겨울한라산

[겨울 제주도 / 겨울 여행] 혼자 한라산 #1 :: 출발 전까지

양양팡팡 2020. 3. 1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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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여행하면서 공책에 적었던 내용들 옮겨적기.

1. 버스타고 공항가면서 멀미를 심하게 했다. 멀미하는 걸 워낙에 싫어해서 차 안에서는 바깥 풍경만 보고, 음악만 듣지만 요즘은 넷플릭스 "위쳐"에 꽂혀서 영상을 보면서 차를 탔기 때문인가보다. 보통 멀미는 시각자극과 전정감각의 불일치 때문에 온다고들 하는데, 멀미를 하는 와중에 이게 우리 사는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던 대학에 합격을 했다거나, 꿈에 그리던 직장에 입사했을 때 자신이 상상했던 미래인 시각자극과 막상 현실로 부딪친 전정감각의 차이가 있을 때 느끼는 혼란스러움도 멀미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하루종일 기분이 싱숭생숭맹숭했을 때, 직장상사 선생님께 술한잔하면서 고민상담을 한 적이 있는데 "그건 니가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실력이 늘어서 살만해졌기 때문에 하는 고민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어찌보면 매정한 대답일 수 있으나 의외로 큰 힐링이 됐는데, 정신없이 일에 치이던 신입사원이었을 때에는 이런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을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일에 휩쓸릴 때에는 시각자극과 전정감각의 불일치도 없을 것이다.ㅋㅋㅋ) 이렇게 일도 늘어가고, 인생진로에 관한 고민도 하면서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 거겠지.

아무튼 여러 이유로 자존감이 떨어질락말락한 상황에서 한라산 등반을 하면 오랜만에 성취감을 얻으면서 정신수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일생일대의 잘못된 생각으로 제주도로 떠나게 되었으며 지금 부터 삼일간 올라올 글들은 그 후회의 단편들이다.

2. 나는 이 비행기에서 구름을 내려다보며, 구름 속을 걷는 건 얼마나 행복한 기분일까?? 생각했으나 실제로 구름 속을 걷게 된다면 그건 정말 지옥과도 같은 경험임을 불과 24시간 뒤에 깨닫게 된다.

3. 나는야 국수충

 

4. 예스맨으로 살아봐야겠다.

변화를 무서워하는 성격에 누가 나가서 놀자고 해도 일단 거절부터하고, 새로운 거 해보자고 하면 난처한 티부터 냈다. 그래놓고선 인생이 무료하다며 불평불만은 많았다. 2020년 한동안은 예스맨으로 살아봐야겠다. 오랜만에 만나면 어색할 것 같은 친구들한테서 연락이 왔을 때 우물쭈물하지말고 당장 약속을 잡고, 무리한 부탁을 받았을 때 왠만하면 노력해서라도 들어주고... 그렇게라도 작은 인생의 변화를 줘봐야지.

이래놓고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게하 다른 손님을 위해 생일축하 노래 한 곡 해보라니까 죽어도 싫다고 뺐음. 예스맨으로 사는 건 음력 1월 1일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5. 아니, 10분 서있었네. 이거 뭐야

6. 육지로 돌아가면 4.3 에 관련된 책 하나 읽어보기. 기념관 구석구석에 모든 자료을 읽어봐도 논리적으로 너무 이해가 안 가는 점들이 많은데...??

 

 

 

7. 과자 다 먹었어, 니가 개코는 개코구나

 

 

8. 이번에도 시작된 제주도 바닷가에서 혼자 술마시기. 세상대유잼

9. 직장동료 추천을 받아 약 1시간 30분을 걸려 달려가 방문해본 카페.

원래 식당에서 "뭐가 제일 맛있어요?"라고 물어보는 걸 썩 좋아하진 않는다. 첫번째 이유로는 자기가 선택한 메뉴에 대한 책임을 사장님한테 전가하여 부담감을 주는 느낌이고... 두번째로는 맛있으면 맛있는대로 즐겁고, 맛이 없으면 맛이 없는대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시간 30분만에 방문한 것이 아까워서일지 나도 모르게 "뭐가 제일 인기가 많아요??"라고 물어보게 됐다. 녹차 케이크랑 녹차 커피를 추천받았는데 너무 녹차녹차 아닌가 싶었지만 나는 녹차를 좋아하는 녹차덕후였기 때문에 추천해주신대로 마셨다. 후기는 따로.

10. 한라산 가기 전 게하에서 만난 사람들이랑 술 한 잔. 자세한 이야기 적긴 뭐하지만 세상은 참 좁고, 어디서나 입조심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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