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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th 17

호두과자

병원에서 일하다보면 사정이 딱한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태어나길 F 100%로 태어난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짠스럽고 도와주고 싶어하지만, 만성 피로에 절여져있을 때는 마음과는 다르게 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많이 아프시진 않으세요...? 예? 죽을 것 같다구요...? 다 좋아졌는데 왜 자꾸 죽을 것 같다고 하세요. 정말 죽을 것 같다는건, 할머니 지난주에 쓰러지셔서 중환자실 가셨을 때구요... 그 땐 기억도 안 나시죠...? 많이 좋아졌으니까 죽을 것 같다고 누워만 계시지 마시고 오늘은 좀 걸어보세요..." "예? 퇴원하면 나가서 맥주 한 잔 하자구요? 제발 말 같지도 않은 말씀하지 마세요." "저 총각 아니구요, 간호사 선생님도 아가씨 아닙니다.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예? 할머니는 아가씨..

April 20th/직장 2023.10.06

뭐지? 술마셨나?

피부과, 성형외과, 미용은 의사가 많고 경쟁이 엄청나게 심한데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외과는 왜 이렇게 미달이지? ㅠㅠ... 이해가 안 가네... 아 SSIBAL ㅋㅋ 근데 넌 깜빵 가고 ㅋㅋ ??? 예? 깜빵이요? 아니, 장폐색 치료 원칙은 입원해서 수액주면서 경과를 보다가요... 상태가 안 좋아지면 응급수술, 장폐색이 풀리면 퇴원인데요... 입원 당시에는 소장이 괴사된 흔적도 없고... 무엇보다 환자도 이런 치료에 동의했는데요... 아 SSIBAL 어쩌라고 ㅋㅋㅋㅋㅋㅋㅋ 어찌됐든 소장잘라야했잖아 ㅋㅋ 아니, 교과서적으로 "수액공급등의 보존적 치료를 하다가 회복되지 않고 임상적으로 악화될 시 수술"해야해서 그대로 한 거잖아요 ㅠㅠ 아 SSIBAL SSAGGI 가 JONNA 시끄럽네 깜빵으로 꺼지..

April 20th/직장 2023.10.06

상남자여행 VS 하남자 여행

상남자특) 숙소 넓기만 하면 됨 하남자특) 나이먹고 걱정 많아져서, 물 좀만 불어나도 물놀이 바로 취소함. 상남자특) 안부인사 묻자마자 바로 바닥에서 술판 벌어짐. 상남자특) 소주로 환산하면 거의 40병 가져옴 하남자특) 다 같이 15병도 못 마심 상남자특 ) 요리재료 걍 다 스까 먹음 상남자특) 비빔면 2개씩 먹음 하남자특) 숯불 불이 너무 세서 안 까지 잘 안 익는다고, 다음 날 배 아플 것 같으니 추가로 그릴에서 굽자고 함. 상남자특) 안 익어도 걍 먹음 하남자특) 자르고 분홍색인거 보고 걍 안 먹기로 함. 상남자특 ) 김치, 마늘, 밥 넣고 돼지기름에 밥먹음 하남자특 ) 엠티에 디저트 가져온다고 욕 함 상남자 특 ) 순식간에 다 먹음 상남자특 ) 야식이랑 짬통이랑 구분 못 함. 상남자특 ) 라면 ..

April 20th/일상 2023.10.05

ㅈㄲㅈ

드디어 앓던이가 빠졌다. 계속 바꿔달라고 요청했던 근무복 사이즈가 1년만에 수정된 것. 그걸 기념해서 남기는 글 작년에 이 병원으로 옮기면서 근무복을 등록했는데, 이상하게 XXL가 배정되었다. 근무복 XXL는 상위 1%의 형님들을 위한 옷이어서 특수제작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큰데, 체격이 작은 내가 그걸 입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이즈가 잘못 배정되었다는 것을 야간 응급수술 들어가려다가 알게되어서 어쩔 수 없이 입고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경험해본 사람이 많지 않아서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료들에게 유두를 깐다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나 역시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몰랐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당황스러웠다. 최대한 젖꼭지를 가리려고 옷을 끌어올..

April 20th/직장 2023.10.05

2020년 04월의 파편

1. 대충살자....... 낙곱새 인스턴트로 왔는데 고장난 가스버너 뿐이라 휴지우겨넣어서 아다리 맞추고 트는 것 처럼......2. 그라데이션3. 분리가 필요하다. 분리가. 우리는 여러가지 역할을 가지고 있고 시간과 장소에 따라 그 역할을 벗어나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은 휴대전화 때문에 그 경계가 무너지고 그걸 제대로 관리 못하는 곳에서 스트레스가 오는 것 같다. 나중에 생각 좀 더 정리해봐서 글 써봐야지. - 산책과 등산 중간정도의 운동을 하다가 조난 당해서 핸드폰 꺼졌을 때. 4. 니코 5인궁

April 20th 2020.04.17

93 (-) #2

2020/03/21 - [April 20th] - 93 (-) 아직 우월감에 젖어있었기 때문에,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중심정맥압을 측정해야하는 환자분께 다가가 이름을 불렀다. 안녕하세요! 몸에 수분이 얼마나 많은지 한 번 알아보는 검사 좀 할게요. 아픈 건 아니시고 편하게 누워계시기만 하면 됩니다! 깨끗하게 쓰리웨이 마개를 열고, 마개를 알콜솜 위에 보관을 하고, 측정을 했다. 압력이 0 (negative)이 나온 것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마개를 닫으려고 하는데 마개 뚜껑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알콜솜 위에 올려뒀는데?? "어 저기, 여기 마개 못 보셨나요?" 라고 물어보자 큰 콧방귀 소리가 들렸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지만 이제와서 마개를 찾는다고 해도 어디 굴러떨어진 마개를 연결하기엔 나 역시 찝찝했..

April 20th 2020.03.22

93 (-)

내가 가진 수 많은 단점 중 한 가지는 긴장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특히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거나 급격하게 상황이 바뀌는 경우에 심각하게 긴장을 한다. 또 그런 내 모습을 들키기 싫어서 짐짓 여유있는 척, 멘탈 오지는 척 너스레를 떨곤 하는데 보는 사람 입장에선 그렇게 추해보일 수가 없다. 하지만 막상 새로운 상황에 닥치면 일을 곧잘 해내곤 하는데 (ㅎㅎ), 그건 내가 임기응변에 뛰어난 무대체질이라서가 아니라 모든 시나리오를 한 번쯤 걱정해놨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갑자기 똥마려우면 어떡하지?, 저녁을 굶고 아침에 똥을 세 번 싸자." "USB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메일로도 보내놓자." "발표대본 인쇄한 거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발표대본 외워서 가자." 이런 피곤한 성격 때문에 국가고시 실기시..

April 20th 202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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